▶창원특수강 부당해고자 /서용갑(부인:강혜숙)
존경하는 대법관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포항제철 부당해고자의 아내 강혜숙입니다.
96년11월 회사의 매각설에 가슴 졸였고 설마 노동자들이 거리로 내몰리는 상황을 상상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설마 했던 일들이 진행중에 있습니다.
세월은 참 빨리 흐르는 것 같습니다.
아이들 커가는 것 보니까, 갓난 아이에서 유치원 갈 나이가 되었고 3-4세에서 학교갈 나이가 되었습니다.
아빠의 직장이 안정이 되고 했으면 아이들이 정상적으로 배움의 길을 갈수 있었을 텐데.....
부족한 부분이 많이 있습니다.
아이들의 생각에도 아빠가 일하러 가신다는 생각이, "아빠 서울 갔다올게" 라고 하면 무의식중에 아이들은 "아빠 몇밤 자고 올건데" 라고
묻습니다.
우리의 가정들이 직장이 없다는 것에 가슴 한 구석이 상처로 남아 있습니다.
저희 남편은 생각이 많이 부정적으로 바뀐 것 같아 안타깝습니다.
"고용승계" 투쟁의 날들을 경험하면서 정말 가진 것 없는 사람들은 이렇게 많은 시간이 걸려야 하고, 힘들게 투쟁을 해야 하는가
싶습니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문다"는 속담이 있듯이 일 잘하고 열심히 살던 우리 가정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게 되고 너무나도 긴
시간을 투쟁의 날들로 보내다 보니까, 정신이 많이 황폐해진 것 같습니다.
저는 요즘 푸시킨의 "삶"이란 시를 자주 떠 올립니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머지않아 기쁨이 오리니
현재는 언제나 슬픈 것
마음은 미래
에 사는 것"
저는 이제는 계속해서 참으면서 지내기는 너무 많이 지쳐있습니다.
살얼음을 걷는 심정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발 우리 가정에 긍정적인 생각과 희망을 주십시오.
너무도 긴 세월이었습니다.
우리 다 같이 잘 살아 나가는 시대, 21세기를 위해.....
우리들 가정에 웃음을 주십시오.
다시 마음의 평온을 찾기 위해 도와주십시오.
재판장님, 댁내 웃음과 건강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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