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직 좀 시켜주세요 (MBC라디오 여성시대 방송)

제 나이 벌써 32세, 늦게 결혼해 다섯 살난 아들과 두살된 아들 둘이 있습니다.
신랑은 저와 다섯 살 차이가 납니다.
저는 애교도 못부리고, 그렇다고 글을 잘 쓰는 것도 아니고 배우지도 못했습니다.
잘난 사람만 편지를 보내는 곳이라면 저는 당연히 자격이 없지요.
그러나 어려운 사정을 속시원히 털어놓고 싶어서 못쓰는 글이지만 편지를 씁니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지요?
우리 신랑은 철강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보통 근로자 였습니다.
삼미특수강이 부도가 나고 일부는 창원특수강으로 넘어 갔지요.
그러나 창원특수강은 사원 전부를 받아 주지 않았습니다.
3월부터 지금 10월까지 부서도 없이 신랑은 창원특수강에 사원 복귀를 갈망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아직도 집에는 못 들어오며 방울방울 빛나는 아이들의 눈망울도 바라볼 수 없습니다.
저희 신랑은 올 한해 정말 힘들게 지내고 있습니다.
올 3월에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마음도 정리하기 전에 직장에서 해고 됐으니까요.
시아버님께서 그러시더군요!
"마흔이 넘은 아들은 이혼을 하고, 서른된 막내 아들은 결혼도 않하고, 그나마 잘살겠거니 하던 서른 일곱 살된 아들은 직장도 잃고...."
삼형제! 이른일곱살된 아버님마저 눈시울을 적시더군요.
세상은 법도 없나요.
여자가 나가서 돈을 벌면 50-60만원이 겨우 됩니다.
이곳 저곳 아이도 맡겨보고 일하러 다니려 노력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 맡기는데 6시까지 한달에 22만원, 18만원 하니, 우유값, 기저귀값 빼면 남는게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무엇을 노력해야 하나요.
손숙 언니, 저는 어머니가 열한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결코 부유하게 자라지 못했습니다.
그렇다고 평범한 가정도 아니었습니다마는 시집을 와 이제는 아이들이랑 법 어기지 않고 욕심 없이 한 직장 근로자로 살기를 원했을 뿐인데 왜 그런 기본적인 생존권마저 박탈당해야만 하는지요?
경기도 포천의 촌여자가 이곳 경상도 땅에 말뚝박고 열심히 살려하는데 살기가 너무 힘드네요.
두서없는 글 꼭 읽어 주세요.
"포철 사장님, 삼미특수강 사원들 복직 좀 시켜 주세요."

(98년 10월 28일)
김 광 순 / 경남 마산시 회원구 회원2동